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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계속된다

<스크랩> 구종과 구질

by 독청64 201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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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정확한 표현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인데, 야구라는 범위 내에서도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을 잘못 쓰거나,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 구종과 구질에 대한 것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형태의 구종은 타자가 치기가 참 힘들지요.”, “우완투수의 슬라이더 구질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속기 쉽죠.” 같은 말은 야구 중계방송에서 곧잘 들을 수 있는 표현이지만, 사실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구종


구종과 구질을 쉽게 표현하자면, “구종은 던지는 방법에 따라 구분되는 공의 종류이며, 구질은 투수의 신체적 또는 피칭 메커니즘적 특징에 의해 보이는 투구의 궤적에 따라 구분되는 공의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즉, 구질이 투수가 타고난 신체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어찌보면 ‘선천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면, 구종은 투수가 성장을 계속 해 나가면서 추가 할 수 있는 일종의 ‘후천적’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패스트볼, 커브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분류가 바로 구종(types of pitches)인 것이다. 구종은 주로 공을 잡는 법, 즉 그립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 그림을 보자.(구종에 따라 공을 놓을 때의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종이 전적으로 그립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볼

써클 체인지업

 

 

네가지 그림 모두 공을 잡는 방법이 다른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립을 잡는 순간, 즉 던지는 행위를 시작하기 전부터 구종은 거의 결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투수가 던진 공이라도, 그립이 다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음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위와 같이 같은 투수가 던지는 공이지만 던지는 방법에 따라 여러 형태의 궤적이 나타날 수 있다.

 

비 시즌기(겨울 훈련과 전지 훈련등의) 투수들과 관련된 기사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내용이 바로 ‘새로운 구종을 추가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구종은 거의 공을 잡는 방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것을 자신의 몸에 익힐 수 만 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물론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구종 추가는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 새로운 패를 하나 더 가지게 된다는 큰 의미를 가지기에, 많은 투수들이 구종 추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질


‘싱커볼러’라는 유형의 투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싱커를 주로 던지는 투수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나, 투수 자신은 패스트볼을 던졌음에도 관중이나 타자가 보기엔 싱커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브랜던 웹(Brandon Webb)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웹의 패스트볼은 그의 투구 폼 때문에 타자에겐 싱커로 보이기 때문에 ‘내츄럴 싱커’라고 일컬어 진다. 박찬호의 ‘라이징 패스트볼’과 브랜던 웹의 ‘내추럴 싱커’. 사실 두 선수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우리가 부른 이름은 다르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구질’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구종이 공을 던질 때 까지에 의해 분류되는 방법이라면, 구질은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이후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구질은 투수의 피칭 메커니즘이나, 체격에 의해 결정되는 일종의 속성(properties)이라 할 수 있겠다. 피칭 메커니즘이라 함은 쉽게 투구폼, 즉 쓰리쿼터, 오버핸드, 언더핸드, 사이드암 등을 지칭하는 것인데, 가장 쉽게 보자면 임창용 선수가 던지는 패스트볼과, 김광현 선수가 던지는 패스트볼은 둘다 같은 구종이되,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 처럼 보인다.


또하나 구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투수의 체격인데, 랜디 존슨(Randy Johnson)은 현역시절 긴 팔을 이용해 보통 투수보다 훨씬 움직임이 더 커보이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랜디 존슨은 사실 이상적인 투구 메커니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던지는 동작 사이에 꽤나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체격적 조건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랜디 존슨의 투구 궤적

클리프 리의 투구 궤적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긴 팔을 이용해 슬라이더의 각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타자들이 존슨의 슬라이더를 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그의 슬라이더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이것은 2010년 클리프 리(Cliff Lee)가 던진 4가지 구종을 포수 시점에서 그려놓은 것이다. 랜디 존슨이 사이드암에 가까운 메커니즘으로 공을 던졌다면, 클리프 리는 거의 오버핸드에 가까운 투구모션을 지녔다. 그래서 같은 슬라이더를 던지더라도 클리프 리의 그것은 횡적인 움직임 보다는 종적인 움직임이 더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구질의 핵심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른 투수가 다른 구종을 던지더라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비슷한 공이 될 수가 있고, 같은 구종을 던지더라도 다른 구종의 공으로 보일 수 있다.”
 

 

구질과 구종은 다르다


구종은 투수가 공을 잡는 형태에서 이미 거의 결정이 되지만, 구질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즉 시점으로 보자면 릴리즈 전후로 나눌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 있었던 방송 중계에서의 표현도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형태의 구질은 타자가 치기가 참 힘들지요”


컴퓨터에 필요한 저장 장치, 하드디스크에 구질과 구종을 비유해 보자. 하드 디스크는 그 용량에 따라 500GB, 1TB, 1.5TB, 2TB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1TB의 하드 디스크라 하더라도 그 용도에 따라 저장용, 고성능 작업용, 그리고 저소음용 등으로 나뉘게 된다. 여기서 각 용량에 따른 구분을 구종이라 한다면, 그 이후 용도에 따라 나뉘는 것을 구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원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093&path=|190|&leafId=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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